유명인 편지

프랑스 시인 구르몽이 나탈리 바르네에게 보낸 편지

필링박스 2021. 6. 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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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은 1910년 나탈리 바르네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구르몽은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1910년 12월 31일 제야에 나탈리로부터 그토록 바라던 사랑의 편지를 받았다. 
감격에 겨운 구르몽은 즉각 다음과 같은 답장을 썼다.


  나를 가엾게 여겨주십시오, 우아한 벗이여! 
내가 당신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때가 언제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밤 열한 시 이전은 아니었습니다. 그때까지 내 주변에는 계속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당신을 생각함으로써 살아있다는 완전한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는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나는 당신의 편지에 급히 눈길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정작 마음을 가라앉히고 당신의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잠자리에 들 때였습니다. 
그때 나는 걸터앉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책상 앞에 무릎 끓고 나는 당신의 존귀한 생각을, 값비싼 약을 먹듯이 한마디 한마디 먹었습니다. 
읽은 것이 아니라 먹었습니다.

  <페르란>은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입니다. 
아직 당신이 알지 못할 때, 나는 그것이 발표된 잡지에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알았고 사랑하였을 때 나는 당신이 그 속에서 기쁨을 찾아내실 것을 바랐습니다.
  나는 그 짧은 단편이 감수성 있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음률이 느껴지는 문장에 대해 말씀드려도 그렇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것을 썼을 때의 느낌과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게는 그 소설이 한층 친밀해졌습니다. 
마치 당신의 마음으로 매만져 주시고 향수를 뿌려주신 것처럼.

  아무쪼록 당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할 때 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나는 내 마음과 열정을 이 편지에 가득 담아 당신에게 드린 것이며, 당신은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나탈리여!
  나는 당신이 항상 새로운 문학 소재들을 찾아내기를 희망하며, 편지 교류가 끊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사랑하고 있을 때는 새로운 감정들이 항상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어제의 것이었을 모든 것은 모두 당신에게 속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거기에다 오늘의 생명을 부여하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그것은 당신 이외에는 아마 속속들이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만이 빛과 같이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두운 구석구석까지 밝혀주십니다.

구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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